한 노스님이 사찰을 짓고 있었습니다. 목수를 모셔와 건물을 짓고 스님들도 일을 거들었습니다. 이제 건물을 거의 다 지어지붕의 기와만 얹으면 되었습니다. 기와는 못을 박아야 했습니다.
노스님이 바닥에 한 무더기 씩 있는 길고 짧은 못을 보고 발로 걷어찼습니다. 못이 뒤죽박죽 뒤섞였어요. 그리고는 제자들에게 못을 크기별로 분류하라고 했어요. 제자들은 감히 불평을 하지 못 했어요.
스님들은 생각했습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했고 해가 지려는데 못을 섞어놓고 하나하나 골라내라고 하시다니 마음속으로 불평을 했지만감히 말은 못 하고 주저하고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노스님이 뒤를 돌아 물었어요.
“지금 골라내지 않고 죽을 때가 되어서야 하려느냐?”
제자들은 문득 깨달았습니다. 스님들은 얼른 못을 크기별로 골라내어 나눠 담았습니다. 한밤중이 돼서야 다 끝내고 큰스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노스님은 분류를 하든 말든 그건 너희들의 일이지 나와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스님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힘들게 일을 마쳤는데 칭찬은 커녕 그건 우리 일이라고 말씀하시다니 노스님이 제자들에게 물었어요.
“누가 너희들에게 수행하라고 했느냐? 왜 수행을 하느냐?”
“수행은 제가 좋아서 하는 것입니다.”
“왜 여기에 절을 짓느냐?”
“수행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찰을 거의 다 지었으니 무엇을 하겠느냐?”
“불법을 닦겠습니다.”
“불법이 더럽지도 않은데 네가 닦을 필요가 있느냐?”
“맞아. 불법이 더럽지도 않은데 왜 닦아야 하지?”
한 제자가 말했어요.
“알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여러분,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에게 수행의 환경을 제공해줄 뿐입니다. 하고 안 하고는 모두 다 자신의 일입니다. 수행을 하고 안 하는 것은 다 자신의 일이고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수행을 하고 있으니 반드시 바른 길을 가고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인연이 되면 도와야 합니다. 노스님은 못이 들어있는 상자를 걷어차서 못을 섞어놓고 크기별로 분류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못을 다 분류하고 나니 하든 안 하든 그건 너희들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스님은 이렇게 일을 하는 가운데 제자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을 때 시간을 아껴서 잘 해야 합니다. 노스님은 이렇게 비유를 들어 제자들을 가르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 마음이 평온해지기를 바랐습니다. 수행자는 항상 마음이 평온하고 여러 가지 일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넓어지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 증엄스님의 설화에 담긴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