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스님이 출타를 했습니다. 스님은 일을 보러 성 안으로 들어갔어요. 절에 돌아가려니 저녁 무렵이 되었어요.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큰비가 쏟아졌어요. 스님은 계속 앞을 향해 뛰었어요.
하지만 금방 그칠 비가 아니어서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했어요. 멀리 집이 보여 그곳을 향해 뛰었어요.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세요?”
“비가 많이 와서 그러니 들어가서 비를 피하게 해주세요.”
“우리 주인님은 불교와 인연이 없어 스님을 받아주지 않을 거요.”
노스님은 그래도 계속 부탁했어요. 문지기가 하는 수 없어 말하길,
“그러면 주인님한테 물어볼 테니 기다리시오.”
노스님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노스님은 밖에 서서 비를 맞았어요. 드디어 문지기가 와서 말을 전했어요.
“죄송해요. 주인님이 허락하지 않아요.”
노스님은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어요.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시 돌아와 부탁했어요.
“부탁이니 집에 들어가지 않고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게 해주실 수 없나요?”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우리 주인님은 불교와 인연이 없어요.”
비를 맞으며 절에 돌아오니 이미 한밤중이었습니다.
3년 후, 그 집 주인이 소실을 들였습니다. 소실은 절에 가서 기도하는 것을 좋아해 장자도 같이 절에 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장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생녹위(長生祿位)’
“이상하구나. ”
마침 바닥을 쓸고 있던 동자승에게 장생녹위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왜 제 이름이 있나요?”
“이게 누구 이름인지는 모릅니다. 3년 전 큰 스님께서 한밤중에 비를 맞고 돌아오셔서 오늘 한 거사님과 인연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며 그분의 이름을 쓰고 매일 기도하셨어요. 악연이 선연이 되도록 기원하셨지요.”
그 말을 듣고 장자는 부끄러웠습니다. 3년 전 한 노스님이 밖에서 비를 맞아 우리 집에서 비를 피하려고 했으나 그때 스님을 내쫓았는데 스님은 원한을 품지 않고 오히려 장생녹위를 쓰고 나를 위해 기도하다니 장자는 부끄러워하며 참회했습니다.
이때부터 장자는 이 절의 큰 공덕주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인연을 맺고 보살도를 행해야 한다고 자주 말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자비로워야 합니다. 우리에게 잘 해주면 감사하고 우리에게 잘 해주지 않거나 또는 훼방을 해도 존중해야 합니다.
중생을 평등하게 사랑해야 합니다. 이것을 자비등관(慈悲等觀)이라고 합니다. 노스님은 장자의 집에서 비를 피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 하자 장자가 자신과 인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인연이 없으니 좋은 인연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를 도와줄 인연이 있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많은 시간을 들여 선을 행하고 복을 짓고 복연(福緣)을 맺습니다.
그러려면 몸으로 힘써 행해야 합니다. 몸으로 힘써 행하려면 반드시 마음이 견고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이런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정성스럽게, 정직하게, 믿음을 가지고, 착실하게 보살행을 닦고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고 정직하게 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야할 길을 가야 합니다. 그 길은 반드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 증엄스님의 설화에 담긴 불교이야기 -